[책]20191221/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

나의 고등학교 시절, 내가 이 소설 안의 몇십만 글자들 중 천 글자라도 이해했을까.
그정도로 너무나도 심오했던 장편소설.
너무나도 고달팠던 2학년 2학기를 끝내고 나서 나의 책장을 둘러보다가 무심코 꽂혀있는 난쏘공을 발견했다.
고등학생 이후 한 번도 그 책을 펴보지 않은 나는, 무슨 호기심이었는지 그 책을 꺼내보았고
내가 많이 성장했음에 너무나 뿌듯했다.
머릿말을 읽는데, 작가의 말이 너무나도 공감되더라.
독자들에 의해서 소설은 완성되어가고, 그로 인해 작가는 성장한다고.
사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이 소설에는 너무나도 많지만, 나의 육감들을 일깨우는 글을 작가는 써내려갔다.
이 책은 작은 소설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드는 구성으로 되어있는데, 꽤나 재밌는 구조이다.
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절대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.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.
그리고 짤막짤막한 문장들은 큰 신선함을 주었다. 문장의 짧은 호흡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.
예를 들어서, 긴장감이 생겨야 할 부분에서는 긴장을 배로 만들어준다. 또한 술술 읽힌다.
또한 3인칭 전지적시점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빌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.
난장이의 3명의 자식의 눈으로 사건을 재해석하는 것이 이 소설의 큰 매력이 아닐까?
책장을 하나씩 넘기는데 헛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. 그정도로 이 소설은 어둡다.
어둡다 못해서 읽는 나를 비롯해 수많은 독자들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..
그런데 나는 결말이 너무 알고 싶었고, 마치 공포영화를 외눈을 뜬 채로 보듯 책을 넘겨보았다.
이 소설을 읽고 든 생각은: 세상은 너무 비겁하고 더럽다. 그런데 그 누구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.
누구나 계몽하고 싶고, 권력 앞에서 정의롭다고 외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.
평생 나는 죄인이고, 내 인생 자체가 죄인이다.
정말 크게 와닿았다.
내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혹여나 너무 비관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조금 커졌다.
아마 이 세상은 원래 비극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.
난장이네 가족이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.
'천국에서 살면 지옥은 거들떠보지도 않지만, 우리 가족은 지옥에서 살면서 단 한번도 천국을 잊은 적이 없다.'
결국 달나라를 꿈꾸던 지성과 난장이 아버지는 그 꿈을 이루었을지 모르겠다.
그것도 너무 비극적이고 새드엔딩인 이 세상이 꾸며낸 일종의 도피처일 수도 있으니까.
